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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경찰관과 착한 공권력
  • 배준호 편집국장 기자
  • 등록 2011-09-29 2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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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호 편집국장     © 울산 뉴스투데이




 

지난 3월 25일 낮 울산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친절하게 밝힌 그 직원은 "××××호 차주 되십니까. 지난번 사고와 관련해 담당 경찰관이 금품을 요구하거나 불친절하지 않았나요"하고 묻는 것이다.


그 직원의 질문에 "경찰관이 너무 친절해서 걱정스럽다"고 답했다.

사고 당시 50대 음주 운전자가 주차해둔 차량을 충돌한 사고였는데 편의점에 가서 물을 먹고 오질 않나, 동행을 요구하는 경찰관의 말에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30분이 넘도록 실랑이를 벌였다.


출동한 경찰관의 차분한 어조로 계속된 설명 끝에 순찰차를 타고가면서 그와 함께 하던 일행은 휴대폰을 꺼내 소위 빽을 동원하기 위해 아는 경찰관 간부를 찾는데 급급했고 "조용히 해달라"는 경찰관의 부탁까지도 무시됐다.


그 일을 경험하고 난 뒤 우리나라에서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의 업무처리와 관련해 같은 조직 내에서 감찰을 한다는 사실을 경찰관이 안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당연히 해당 공무원의 법집행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자체감찰을 통해 소양교육과 징계가 필요한 직원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찰이 민원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카드회사나 전자제품 회사처럼 '고객만족도' 조사를 벌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찰관의 부당한 업무처리를 호소할 곳은 각 경찰서에 청문감사관이 있고, 상부기관인 경찰청 청문감사관 등 너무나 많다.


오히려 정당하게 업무처리를 한 경찰관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경찰조직은 자기 '식구 죽이기기'에 적극적인 것 같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부하직원의 옷을 벗기는데 익숙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과거 울산지역 한 경찰서에서는 일선 하위직 경찰관이 구설수에 오르면 일단 불러 "사직서를 쓸래, 감사받을 래"하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래서야 경찰관이 당당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몸으로 불길속을 헤치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이 과연 용감해질 수 있을까 되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신문기자의 직업을 설명할 때 기자도(記者道)에 앞서 사회적 현상과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를 활자로 표현하는 사람으로 정리해본다.


외부에서 보도와 관련해 항의가 들어왔다고 자초지종을 따지기 전에 해당 기자를 일단 불러서 야단치고, 나무라는 신문사에는 특종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오보(誤報)가 아니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대로 각 기관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만 의존해 '앉아서 기사를 쓰는 기자'는 항의를 받는 스트레스가 없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상은 내부적인 문제도 있지만 언론도 여기에 자유롭지 못하다. 민원인의 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비판기사를 쓰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기자 초년시절부터 7년 정도를 경찰서 출입기자로 활동하다보니 그들의 피곤하고 고달픈 삶도 이해가 됐다.


경찰서를 처음 출입할 때만 해도 '권력기관의 견제는 언론의 사명'이라는 그럴듯한 미명아래 비판기사를 쓰기 위해 열을 올린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이라는 직업은 가슴이 뜨겁고,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군으로 분류하게 됐고, 오히려 일선 경찰관들에게는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다.


경찰관들은 끔찍한 사건 현장을 접하거나 피의자 조사 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를 마땅히 풀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과거 파출소로 불렸던 지구대 경찰관들은 아직도 밤새 술 취한 사람들과 씨름해야 한다.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몇 년씩 늙을 것이다.


그뿐인가 경찰관에게 막말을 하거나 공무집행방해 한 것이 영웅담이 되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도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속에 경찰관들은 공무집행방해혐의도 어지간하면 넘어가려고 한다. 물론, 일부 경찰관의 무뚝뚝한 말투로 자주 부딪치는 것도 문제지만 경찰관들에게 법집행에 있어 지나치게 획일적인 친절을 강조하는 것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경찰관의 대부분 업무는 피해 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친절해야 하는가. 법원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법적분쟁을 다루는 기관의 업무는 친절한 서비스가 상대편에게는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공무원이 법집행에 당당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 해동안 경찰 재직 중 사망한 이는 총 81명.


이 중 13명은 과로나 범인 피격, 교통사고, 시위 진압,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순직처리됐다. 나머지 68명은 각각 어떤 사유에 의해 사망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사망자에서 순직자를 뺀 수치에 자살, 병사, 사고사 등이 모두 포함돼 있을 것이다.


이 수치는 해마다 늘어 2001년 41명에서 2004년 53명, 2006년 62명, 2009년 68명으로 증가했다. 해마다 적지 않은 수의 경찰관이 스트레스로 죽어나가는 것이다.


2010년 1월 9일은 용산 철거민 고공농성 중 사망한 철거민은 영웅이 되고 경찰 본래의 사명인 치안유지를 위해 불법폭력진압작전에 투입 됐다가 함께 사망한 공무원은 '폭력 경찰관'에 ‘역적’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 진다면 우리 모두가 경찰관을 죽인 가해자가 될 것이다.


용산참사 순직경관이 ‘폭력경찰’의 누명을 쓰고 허공을 떠도는 원혼이 되게 한 나라를 위해 누가 목숨 바쳐 봉사를 할 것인가. 대로변 건물옥상 점거 폭력시위자들에게 ‘범국민장’을 치르게 한 것은 좌편향 포퓰리즘(populism) 일뿐 중도도 실용도 아니다.


우리는 곧잘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굽은 지팡이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팡이를 함부로 다루면 꼭 필요할 때 쓸 수 없듯이 이제부터라도 경찰은 올바른 법집행을, 우리사회는 그들을 아끼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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