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보현 기자의 기자수첩] 벚꽃과 아이들
  • 서보현 기자
  • 등록 2014-04-15 14:25:00

기사수정
  • [서보현 기자의 기자수첩] 벚꽃과 아이들
▲ 울산뉴스투데이 취재팀 서보현 팀장.
[서보현 기자의 기자수첩]벚꽃과 아이들


올해 벚꽃은 성격이 급했다. 4월 초에 제주도를 시작으로 4월 중순쯤 되면 벚꽃이 만개할 것이라던 기상청의 예측이 무색하게도 3월 말에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다.
 
‘초여름 날씨’를 떠올리게 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탓이었다. 작천정, 진해, 경주, 여의도 등 벚꽃 축제 준비로 분주했던 지자체가 머쓱할 만큼 벚꽃은 일찍 피고, 일찍 졌다.

4월의 어느 토요일,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웃집 초등학생이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반갑게 아는 척을 했더니 이 아이, 한숨을 내쉰다.
 
직장인도 손꼽아 기다리는 주말, 그 주말을 아이는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주말이 평일보다 더 바쁘다고 했다. 넉넉한 주말의 시간은 학원 스케줄로 채워졌고, 아이는 그렇게 주말을 ‘건조하게’ 보낸 뒤 월요일을 기다리며 잠자리에 들 것이라고 했다. 이제 겨우 아홉 살, 열심히 하고 열심히 쉴 수 있는 주말의 기쁨을 저 아이는 알까.

뭐가 그리 급했는지 빨리 피었다 빨리 진 벚꽃 잎이 거리에 누워있다.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갔는지 고운 분홍색이 시커먼 분홍색이 된 채로. 그 꽃잎을 보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청소년을 떠올렸다. 벚꽃도 자연의 장난으로 일찍 필 수밖에 없었듯이, 우리의 욕심으로 일찍 철들어야 하고 일찍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사는 청소년이.

월요일 퇴근길에 그 아이를 또 만났다. 여전히 어깨는 처져 있고, 그 위로는 지난 주말보다 더 커진 가방이 업혀 있다. 자세히 보니 아이의 가방도 벚꽃잎, 분홍색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울산뉴스투데이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
퐁당퐁당(생태교육 및 수족관 판매, …
해피코리아
한국수력원자력l주l
나누리 그린 하우스
LS MnM
에코누리
여천장애인보호작업장
(주)A&S
(주)울산리싸이클링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