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보현 기자의 취재수첩]공부 방송은 역 판옵티콘?
  • 서보현 기자
  • 등록 2014-04-29 10:27:00

기사수정
  • 공부 방송은 역 판옵티콘?
▲ 울산뉴스투데이 취재팀 서보현 팀장  ©울산 뉴스투데이

[서보현 기자의 취재수첩] 공부 방송은 역 판옵티콘?


최근 불고 있는 ‘공부 방송’ 바람은 자신의 일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고, 더 나아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목적과 맞닿아 있다. 공부 방송을 통해 같은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들을 사귈 수 있고, 또 공부라는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을 함께 견뎌내 줄 일종의 ‘동지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끝내고 공부 방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다수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혼자 공부하다가 ‘5분만 눈 붙였다 일어나야지’ 하면서 5시간 넘게 단잠을 잤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나 보다.
 
공부 방송의 독특한 발상과 신선한 형식에 감탄하는 동안, 구석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거꾸로 된 판옵티콘같다.”

판옵티콘(Panopticon).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 감옥인데, 중앙의 감시탑은 어둡게 하고 죄수들이 사는 바깥의 방은 밝게 해 죄수들이 감시탑 속을 볼 수 없게 설계했다.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현대인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의 하나인 판옵티콘, 그것도 거꾸로 된 형태가 공부 방송이라니. 시끌시끌하던 분위기는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이와 공유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이가 알아주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자신의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을 진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혼자다.

혼자 먹는 밥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또 혼자 하는 공부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방송을 켰고 거기서 또 위안과 용기를 얻어 하루를 버틴다. 빅 브라더와 CCTV로 이어지는 감시의 역사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자신을 아예 감시의 틀에 맡겨버린 이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울산뉴스투데이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
퐁당퐁당(생태교육 및 수족관 판매, …
해피코리아
한국수력원자력l주l
나누리 그린 하우스
LS MnM
에코누리
여천장애인보호작업장
(주)A&S
(주)울산리싸이클링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