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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중 사고, 설명되지 않는 50분
  • 김영호 기자 기자
  • 등록 2012-01-05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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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악한 작업 환경 무시하고 공기 맞추려다 참변 의혹
▲     © 울산 뉴스투데이

대형선박블럭 제조사인 세진중공업 폭발사고로 하청근로자 4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원청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최초 목격자의 진술과 조선하청현장노동자들에 의한 증언 등이다.
 
최초 목격자 A씨는 경찰조사와 시민단체 면담에서 사고 발생이 지난달 30일 오전 8시 16분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진중공업 측이 브리핑한 시간인 최초 사고발생인 8시 50분경과는 거리가 멀며, 소방서 신고 시간은 이날 오전 9시 7분으로 동일하다.
 
<설명되지 않는 신고 전 50분>
그렇다면 50분 가량의 시간이 흘러 신고가 된 것이다. 목격자는 처음 사고를 회사로 연락하고 회사 측은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고 밝혔다.
 
세진중공업 안전팀이 만약 최초 연락 받은 시간에 소방당국에 신고를 했다면 50분이란 시간이 소요될 수 없다는 것이 유족들과 현장노동자, 시민.사회단체의 설명이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울산재해추방운동연합 등 11개 제정당.시민사회 단체는 5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청 안전팀이 먼저 현장을 가서 확인하고 사망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은폐를 기도한 의혹들을 제기했다.
 
특히 중대재해 사고 현장을 보존해야 함에도 신고 전 사고 현장에 물을 많이 뿌렸다는 점 등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작업현장 안전조치 미비와 작업강요>
이들은 또 “당시 현장의 무리한 작업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세진중공업측이 울산고용노동지청에 “3일까지 배가 나가야 하니 작업 중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내세웠다. 
 
본보 4일자 ‘세진중 폭발사고 빈소 갔더니...’ 제하의 르포기사에도 밝혔듯이 현 씨 여동생이 “오빠가 눈이 아프다”며 약을 사 붙여 줄 것을 요청했다.
 
울산재해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사고 당시 유일한 생존자 B씨가 용접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라인더 작업을 하려던 2명의 옷에 불이 붙었다”면서 “전날 오후 11시까지 일했고 현 씨의 경우 눈이 아파 일하기를 꺼렸다”며 <이는 노동 착취가 불러온 대형 참사라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세진중공업에서 직접 이 같은 일을 한 노동자는 “도장작업은 제일 마지막에 이뤄져야 하는데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미리 하거나 병행하는 경우도 있고 히트도 털어놓고 인위적으로 말리기 작업을 하지만 원청에서 관계자가 와도 아무런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 제조에 있어 공기가 늦어지면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에 혼재작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온갖 인화성 물질유독이 포함된 도장작업과 신나 등을 섞은 폐인트 속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했다.
 
또 “눈도 따깝고 질식과 화재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는데도 하청노동자들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밀폐된 공간 사고 수습에도 지장>
탱크의 밀폐된 구조상 환기와 환풍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온도 및 산소측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나 이 같은 안전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설계당시부터 안전을 고려해 출입구와 배기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던 곳은 빠이롯트룸으로 상당히 협소한 곳이며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어 시신수습도 블록을 뚫어 야 가능했다.
 
조선하청노동자연대 관계자는 “정상적인 배기시설을 갖추기 힘든 곳에서 매일 일을 하지만 원청에서 현장의 공기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무리한 작업진행과 일상적인 안전점검마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공기가 정해져 있어 쉴 수가 없다보니 졸면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발생해 사고를 키우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청노동자에게만 피해 되풀이>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세진중공업은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동일한 장소에서 원, 하청이 작업을 할 때 산업재해예방의 의무는 원청 사업주에게 있다. 또 현실적으로도 세진중공업 안에서 30여개 하청업체가 공정별 또는 혼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할 때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업무지시는 원청 사업주가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실 내 배기시설 설치나 통풍 환기조치 등은 원청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조선소에서 안전조치는 사실상 원청 사업주의 의무일 수밖에 없는 것이 명확해진 만큼, 세진중공업은 더 이상 하청업체 뒤에 숨지 말고 하청 노동자의 죽음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중대재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세진중공업 사고원인을 분명히 규명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울산지검이 1월 2일 2011년 8월 현대 EP폭발사고(3명 사망, 5명 중상)에 대해 공장장과 안전관리담당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특히 “조선사업장 중대재해 사망자는 대부분 비정규직노동자들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4일 현대미포조선 장생포공장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 사망했다. 이어 12월 16일에는 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 사망했다. 2011년 상반기 대우조선에서 7명, STX조선에서 8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는데 상당수가 하청노동자이다. 
 
무권리와 구조적인 안전보건조치의 부재 속에서 열악한 환경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하청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여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들은 ▲세진중공업은 고인의 영전에 진심어린 조의와 유족에게 사과할 것 ▲유족과 원만한 보상합의를 하고 장례일정에 최선을 다할 것 ▲고용노동부는 세진중공업 사고원인을 분명히 규명하고 원하청 책임자를 엄중처벌 할 것 ▲산재사망 시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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