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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흥행여부로만 평가 안될 오페라 '선비'의 높은 가치
  • 김인영 기자
  • 등록 2015-03-16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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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적 향유 힘든 오페라, 창작 오페라 '선비'를 관객수로만 저평가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세태
▲ 울산뉴스투데이 취재팀 김인영 기자  
[기자수첩] 흥행여부로만 평가 안될 오페라 '선비'의 높은 가치
 
공감대 형성이 비교적 쉬운 가요나 영화 등의 대중문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오페라' 장르는 아직 일반적으로 어렵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성악과 관현악, 무대장치 등 여러 요소가 결합돼 관객의 눈과 귀를 탐하는 '종합예술' 오페라(opera).
 
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대중이 향유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당초 오페라 공연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내 입맛대로’ 찾아볼 수 있는 공연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오페라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단말마(斷末魔)에 그치지 않는 공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관객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시점. 사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오페라 공연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 창작오페라페스티벌의 주역 ‘선비’     © 울산 뉴스투데이

▲ 대한민국 창작오페라페스티벌의 주역 ‘선비’

국내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오페라 축제는 두 가지 정도. 첫 번째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두 번째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다.

하지만, 최근 특색 있는 기획과 에스닉(ethnic)한 국내 오페라만의 멋을 살린 창작 오페라 공연 축제 '제1회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리며 ‘오페라 시장’에 대한 판도를 뒤엎고 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창작오페라 '선비'를 보면 그렇다.

"우리나라 70년 오페라 역사에 새 희망을 보여준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창작오페라 선비는 음악과 캐스팅, 연출·조명·의상 등 총 8개 항목으로 나누어 진행된 평가에서 전 항목 평점 96점을 기록하며 평가위원 전원 일치 '최우수 창작 작품'으로 선정됐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영주지역‘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했다는 점과 뛰어난 음악성을 비롯해 정신문화라는 난해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 작품은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포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상품’이다.
 
이러한 오페라 선비의 작품성을 단순히 유료 관객수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 선비는 가난하다. 하지만 행복하다.

선비는 물질 만능의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다.

물질 만능의 시대는 염가의 가치지향적인 정신도 함께 불러 일으켰다. ‘풍요 속 빈곤’. 선비를 본 관객은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선비들의 삶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행복감에 젖는다”는 의견을 내놨을 정도. 

아름다운 정신문화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오페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금까지의 오페라는 외국의 경우나 국내 창작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이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나 영웅전, 또는 재미만을 추구한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비에서는 영주지역을 배경으로 한국의 자랑스러운 정신문화를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우리 조상의 멋과 얼, 검소하지만 행복한 삶을 보여주는 작품 선비는 예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지만, 관객 개개인이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수히 많다.

▲ 창작오페라 선비의 우수성

창작오페라 선비가 창출한 특별한 가치는 무엇일까.

우선 음악과 가사, 캐스팅 등 여러 요소를 결합한 작품성이 뒤지지 않는다. 세계시장에 견줄만한 큰 덩어리가 바로 이 부분이다.

특히 백현주 작곡가가 작곡한 음악 전편에는 서양 오페라의 근본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 전통가락과 조화롭게 융합됐다. 국내 창작오페라 공연에서 자주 지적됐던 “어렵고 지루하다”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또한 이를 따라주기 위한 탁월한 캐스팅이 압권이다. 주역으로 활동한 소프라노 이화영과 바리톤 제상철,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김동원 등 이들은 실력으로만 명성을 드높인 성악가들이다.

장점이 이러하다보니 선비의 공연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페라는 원래 대중성이 있어서 흥행을 추구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닐뿐더러 어렵사리 예산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더라도 결국 예산 부족 등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재공연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선비는 이와 같은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재공연을 확보한 후 실행에 들어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창작공연의 성공을 위한 가장 크고 중요한 안전판을 가져온 것.

그래서 창작오페라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은 ‘재공연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선비는 지난해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가 120개 회원오페라단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오페라페스티벌 참가 작품 4개중 피날레 작품으로 선정됐으며 이날 심사로 그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됐다. ‘최고의 작품’인 만큼 재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를 통해 창작오페라 선비를 본 관객들이 한국 정신의 정수를 찾을 수 있길, 물질 만능주의의 벅찬 삶에서도 자그마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선비’를 거울 속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대중적 향유가 힘든 오페라. 창작 오페라 '선비'를 관객 수로만 저평가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세태.
 
오페라 '선비'는 어쩌면 우리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줄도 모른다.

'선비'란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을 뜻하고, 결국 '우리 자신이 지향해야 할 정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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