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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사회적기업 탐방]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온 사회적기업가, 고현주 지부장
  • 강희영 기자
  • 등록 2015-05-19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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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이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충남신체장애인복지회 보령시지부 고현주 지부장의 사회적기업 운영과 삶의 철학
▲ 고현주 지부장은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입모양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등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온몸으로 진심을 다해 ‘듣고’ 말하는 소통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 울산 뉴스투데이
 
[울산뉴스투데이 = 강희영 기자]  “죄송하지만 저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웃으며 건넨 인사가 ‘묵묵부답’으로 되돌아 온 지 세 차례.
 
조심스럽게 팔을 잡으며 네 번째 인사를 하고서야 고개를 돌린 충남신체장애인복지회 보령시지부 고현주 지부장이 멋쩍은 웃음과 함께 꺼낸 첫 마디였다.
 
청각장애와 이미 오랜 친구(?)가 된 고 지부장.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고현주 지부장은 하반신마저 전혀 못쓰는 1급 장애인이다.
 
말을 이을 때마다 눈과 입을 응시하며 진중한 목소리로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하며 대화를 이끌어나갈 줄 아는 고 지부장.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링크투데이 소외계층매체지원사업'을 위해 취재진이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잃어버린 청각’은 그로부터 역경사와 사회적기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고현주 지부장은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입모양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등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온몸으로 진심을 다해 ‘듣고’ 말하는 소통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중증 장애인에서 사회적기업가로 변신, 일과 보람을 찾으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고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주]
 
◆ 첫 아기 탄생 소식에 달려간 그 길, 교통사고로 중증 장애인과 사회적기업가로 안내

 
그는 30년전 28살 때 교통사고가 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남자다.
 
첫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나간 그 길이 그를 이 세상에 장애인이자 사회적기업가로 이끌었던 것.
 
그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영업을 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다.
 
50일 동안 혼수상태, 장장 4일에 걸친 수술.
 
고통스러웠던 병원생활과 재활치료를 견뎌내는 동안 갓난아기와 더불어 아기 아빠인 고현주 지부장의 목욕과 용변을 받아내며 병간호를 했던 그의 아내 복춘희씨.
 
그녀는 고현주 지부장의 생명의 은인이자 그를 걸어서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만든 또 다른 숨은 ‘영웅’이다.
 
그때부터 줄곧 하반신 불구로 살아온 고현주 지부장.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50대 중년 사회적기업가다.
 
◆ 충남신체장애인복지회 보령시지부의 탄생과 ‘취업의 벽’을 못넘는 장애인

 
충남신체장애인복지회 보령시지부(이하 보령지부)는 12년전인 지난 2003년 설립됐다.
 
8년 뒤인 2011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4년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고 한다.
 
설립 이후 초창기 사업으로 실시한 회원 상담사업을 통해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일자리’였음을 알게 된 이후 보령지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일반 기업체에 취업시키고자 부단히 애썼다.
 
끝내 20여명이 취직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쉽게 적응되지 않는 사회생활과 고용주의 부정적인 인식을 견디지 못해 1년은 고사하고 몇 달도 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하는 근로자 즉, 회원들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보령지부는 장애 유형이 매우 다양한 각각의 회원들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개개인을 상담하며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나섰고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 장애인이 만든 제품, 제품도 장애? 비닐봉투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쫓겨나야 했던 그의 사연
 
그러나 순수한 고 지부장의 뜻과는 달리 초창기 보령지부 운영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결코 아니다.
 
영업활동을 위해 현장을 다니며 온몸으로 부딪힌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가득했다.
 
장애인이 만든 제품은 제품도 장애가 있다는 편견과 사람의 정신까지 장애로 보는 삐뚤어진 인식으로 고 지부장은 한때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공공기관에서는 가져간 비닐봉투 때문에 장사꾼으로 오해받고 쫓겨나기도 했어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장애인은 단지 동정의 대상일 뿐 함께 일하는 동업자는 아니다’는 생각으로 뒤덮인 사회였다”면서 “똑같은 재활용 사업도 일반 기업이나 상인들이 제시하면 성사되지만 우리가 제시하면 장애인 기업이라는 이유로 무산된다는 사실은 가장 좌절감을 갖도록 하는 ‘벽’이었다”고 회상하는 고현주 지부장.
 
그러나 고 지부장은 이러한 장애인의 벽을 무조건 원망하거나 싸우려하지 않았다.
 
그가 제안한 것은 “장애인이지만 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것이다.
 
보령지부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의 벽을 부수기 위해 ‘우리가 서로 먼저 돕고 살자’는 인상적인 슬로건을 내세웠다.
 
급기야는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면서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복지회 회원들 10여명이 매월 5000원씩 모아 충남서부장애인 복지관의 조손 가정 장애인 학생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에 이르렀다.
 
상당수 재력가들조차 기부에 인색한 세태 속에서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고현주 지부장.
 
“얼마 전에는 회원들과 금액을 더 확대하자고 회합했다”고 부연 설명하는 그의 밝은 표정은 천사의 미소였다.
 
◆ 사회적기업가 고현주 지부장의 신규사업과 이 세상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현재 보령지부 수도와 보일러 배관 살균, 소독, 세척하는 사업에 더해 폐스티로폼을 수거해 재생제조처리 사업으로 인코트를 생산하는 재활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수거한 폐스티로폼을 재생 제조처리하는 복지회 회원   © 울산 뉴스투데이

이밖에도 고현주 지부장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우리가 빼낸 녹물이에요.”
 
고 지부장이 자랑스럽게 눈 앞에 들이민 동영상의 ‘세면대에서 흘러나오는 검붉은 수돗물’은 보령지부의 신규사업인 세제 제조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미생물 베이스를 공급받아 친환경 비누 제조 사업이나 가상화폐와 광고시장, 그리고 금융과 정보통신을 융합한 플랫폼 조성을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력으로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나가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령지부는 설립 이후 12년 간 겪어 왔던 시행착오를 기반 삼아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그는 오히려 이 세상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스스로 목숨까지 쉽게 버리는 요즘 세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몸이 아프다거나 내가 무엇을 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 존재 자체만으로 가족을 비롯한 누군가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희망을 가지세요.”
 
고현주 지부장의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장애인이전에 온몸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사회적기업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충남신체장애인복지회 보령시지부 = 충남 보령시 대천동 167-14, 041-931-8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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