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했지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모르는 것이다
▲울산뉴스투데이 컨설턴트 김단비.
[울산뉴스투데이 = 컨설턴트 김단비]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한 방송사에서 10년쯤 전에 '0.1%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모의고사 전국 석차 0.1% 안에 들어가는 최우등 학생과 평범한 학생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이었다.
상위 0.1% 그룹은 평범한 학생들에 비해 I.Q도, 기억력 검사 결과도 크게 높지 않았다. 다만 한 영역에서는 월등했다.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였다.
이게 무슨 뜻인지 간단한 실험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겠다. 상위 0.1%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에게 여러 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몇 개나 기억할 수 있을지 예측해 보도록 한다.
그런 뒤에 실제로 기억해낸 개수와 비교해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상위 0.1% 학생들은 예측과 실제 기억해낸 단어 개수가 거의 같았다. 반면 평범한 학생은 예측한 개수와 차이가 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기억해낸 단어 개수 자체는 두 그룹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0.1%의 학생들이 월등한 건 기억력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기억하고 못 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이런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이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눈'이라는 것이다.
메타인지가 우수하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최상위권인 사람들이 메타인지가 우수하다는 걸 밝혀냈다.
그렇다면 메타인지는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세상에는 두 가지 지식이 있다.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남들에게 설명하기는 불가능한 지식과 남들에게 설명도 할 수 있는 지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인지 심리학자는 이 가운데 후자의 경우만 진짜 자기 지식이라고 본다.
진짜 아느냐 모르느냐를 가르는 건 '설명할 수 있느냐'이다.
설명을 하다 막힐 때가 있다. 막힌다는 것은 뭔가 모르는 게 있다는 뜻이다.
그제야 뭔가를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상위 0.1% 학생들의 비밀이 이것이다. 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자기가 배운 걸 설명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막힘'을 경험한다. 그 결과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고 집에 돌아가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입력할 때보다 출력할 때 훨씬 더 많이 배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공부는 30%는 눈으로, 70%는 입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I.Q는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메타인지는 후천적이다. 그래서 평소 설명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설명을 누구에게 해야 더 많은 '막힘'을 경험할까? 설명을 잘 못 알아듣는 사람, 즉 나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또래나 동생들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미국의 실리콘 밸리, 월스트리트,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어떨까?
그곳이 어디든 모든 분야 통틀어 뛰어난 사람들의 차별화된 공통점은 성별, 소득, IQ와는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비법은 무엇일까?
바로 설명하는 습관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사업아이템 사업설명을 청소 담당자에게 소개하는 임원이 있다고 한다.
나와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은 내가 지식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든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의 말은 쉽다.
논리적으로 명쾌하다 보니 아이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을 어렵게 하는 것은 제대로 말할 줄 몰라서 그렇다.
이 한 문장만 기억하라.
뭘 모르는 사람은 말을 어렵게 한다. 공부했지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모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