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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記者)가 본 김능환 전 대법관
  • 울산 뉴스투데이 기자
  • 등록 2013-02-22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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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뉴스투데이 배준호 편집국장     © 울산 뉴스투데이
기자는 여러모로 힘든 직업이다.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엉켜있는 사안을 취재하다보면 괜한 오해를 받을 때도 많다.

또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일부 기관이나 단체, 기업체에서는 대책이나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상파악은 뒷전인 채 일단 ‘불순한 목적’으로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몰고 그 사안을 다룬 기자는 ‘사이비’로 매도하기도 한다.

여기에다 보도내용이 기존 기득권층의 이익에 반하면서 해당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기사의 순수성’이 왜곡되는 것을 넘어 ‘내사설’을 퍼뜨리는 등 음해하고 이를 기정사실화 시키는 경우도 봤다.

그러다보면 해당 기관에서 주는 ‘보도자료에 충실한 기자’로 사명감보다는 월급쟁이로 ‘기자 아닌 기자’라는 유혹이 찾아올 때도 많다.

낙종과 오보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사는 상당수 기자들은 지뢰밭을 걷는 듯한 삶을 살다보니 기자라는 직업이 직업군 가운데 평균수명이 가장 짧다는 한 연구기관의 통계발표는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뇌를 거듭해야만 하는 ‘숙명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기자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훌륭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만나기 힘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다른 결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 최고의 매력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지난 2월 15일 퇴임한 김능환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7기·사진)이다.

▲ 2006년 3월 17일 울산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는 김능환 전 대법관.     ©울산 뉴스투데이
그와 인연이 됐던 것은 2005년부터 2006년 6월 울산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법조출입 기자단 간사로 기자생활을 하던 중 2006년 4월 당시 다니던 신문사의 인사발령으로 경제부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였다.

평소 청빈(淸貧)·무욕(無慾)의 삶. 그 것을 실천해온 김능환 전 대법관은 당시 울산법원장으로 근무하면서도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에 끌려 존경해왔다.

울산지방법원 재직시절 자신의 의도와 달리 ‘젊은 법관’에게 오해를 받게 되면 그는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와 함께 이해를 구할 정도로 ‘大人(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법원과 검찰을 출입하면서 막연하게 권력기관으로 생각하고, 비판정신으로 똘똘 뭉쳐 매사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상당수 기자들은 수습기간 동안 권력기관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적 자세를 곧 기자정신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6년간 법조담당하면서 법조계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도 됐지만 초창기 이해부족으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보가 법조출입을 마치며 뇌리에 스치는 마당에 당시 김능환 울산법원장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는 아쉬운 마음속에서 날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감사패를 건네면서 “그동안 고생했고, 이를 한번 기록으로 남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노컷뉴스 2006년 4월 20일).

당시 울산지방검찰청 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선비형 검사’의 진수를 보여준 법제처 이재원 처장을 비롯해 2004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 한찬식 부장검사(서울고검), 조종태 검사(법무부 과장).

무엇보다 지난해 6월 19일 재판 다음날 의식불명상태에 있다가 1달만에 운명한 울산지방법원 김제완 부장판사(48).
▲ 재판 다음날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한달만에 별세한 김제완 부장     ©울산 뉴스투데이


칠순을 앞둔 홀어머니를 모시며 '훌륭한 법관상'을 실천하면서도 소탈하고 청빈했던 그의 삶.'  그때 만난 법조인은 인연이라기보다 ‘내 인생의 가르침’ 그 자체였다.

그중에 한 분이 김능환 전 대법원이다. 울산을 떠난 뒤에도 간간히 전해 듣는 소식들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생활비 벌려고 채소 파는 대법관 사모님’ 소식. 지난해 법원을 떠나자 그의 부인이 편의점과 채소 가게를 개업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또, 33년간 공직생활에 재산이라곤 작은 아파트 한 채뿐인 김능환 전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낼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뿐인가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대법관 출신이 행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개적으로 거절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출범에 한자리 차지하려고 눈치를 살피는 인사가 아니라 관직을 무거운 짐으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끌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론 너무나 미안하다.

30년 넘게 국가를 위해 봉사해오고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계실 그에게 또다시 나라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것은 김능환 전 대법관의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거론된 인물 상당수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국민들은 새정부에 대한 희망에 앞서 걱정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김능환 전 대법관에게 안부전화 한통에 앞서 지면을 통해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한번 더 필요로 할 땐 결코 사양하지마시길 간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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