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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지지(老馬之智) 필요한 검찰
  • 배준호 편집국장 기자
  • 등록 2011-09-19 2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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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0월 25일 노컷뉴스 게재된 칼럼

"노마지지(老馬之智) 필요한 검찰" (2005년 10월 25일 노컷뉴스 게재)


노마지지(老馬之智)란 늙은 말의 지혜란 뜻을 갖고 있다. 춘추시대, 오패의 한 사람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 재위 B.C.685 ∼643)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명재상 관중(管仲:?∼B.C.645)과 대부 습붕(柝朋)을 데리고 고죽국[孤竹國:하북성(河北省) 내]을 정벌하러 나섰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 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지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나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지금 검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노마지지가 아닌가 싶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4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에 대한 수사 지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현재 울산시민들의 여론은 강 교수에 대해 구속해야 한다와 불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이 맞서고 있으나 천 장관의 수사지휘에는 거부감이 적지 않은 듯 싶다.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조직보다 지켜져야 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정치적 탄압이다', '잘못된 판결이다' 등 별다른 고민 없이 당리당략에 따라 고함지르고 호통치는 여·야 정치인들.

이들과 유사하게 사건의 본질과 법리보다는 성명서 등을 통해 사법부를 '한번 길들여보겠다'식의 일부 시민단체의 대책 없는 고함소리.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등 대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안의 본질이나 당위성이 사라진 채 강자로만 부각되면서 일방적으로 카운터 펀치를 맞고 있는 검찰을 보면 애처러운 마음까지 든다.

또, 검찰의 소극적인 대처를 지켜보자면 "배가 고프고, 아파도 체면을 내세우는 처량한 선비신세"로 비쳐지기도 한다.

지금 검찰에게는 위기를 헤쳐나갈 '늙은 말의 지혜'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평검사들은 간부검사의 지혜와 경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울산지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밤늦게 영장청구기한을 꽉 채워 들어온 사건이나 이해관계가 복잡해 판단이 서지 않는 사건 일 때는 함께 의논해 결정하자"고 후배검사들에게 당부하는 한 선배검사를 비롯해 울산지검에는 이처럼 후배검사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중견검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지검은 초임검사나 경력이 짧은 검사들이 유난히 많다. 지난 8년전 쯤일까 수습과정을 마친 뒤 출입처 배정을 받고 외근근무를 하면서 같은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한 선배와 있었던 일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기획취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몰입했고, 선배는 이를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애정 어린 선배의 충고를 듣고도 혹시 이번 취재건과 관련된 기업체나 기관과 선배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의심했고, 선배의 충고를 듣는 시늉만 한 적이 있다.


연륜·지혜로 풀어나가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의 충고는 '어떻게든 기사를 한번 만들어 이슈화시켜 보겠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어리석고 오만한 후배의 마음을 벌써부터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후배기자들에게 과거 선배의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그 선배에게 아직도 미안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진다. 다만, 더욱 아쉬운 것은 이를 알게되고, 부끄러워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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