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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새것만 좋아하는 세상
  • 김항룡 기자
  • 등록 2013-10-17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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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항룡 기자
[울산뉴스투데이 = 김항룡 기자] "시대에 따라 새로이 등장하는 서비스 신기하고 편리하다고 꼭 가치 있는 것 아냐

검소한 생활·이웃 배려 등 불편 감수하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 이어가야 "


 
얼마 전에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왔다. 식사대접을 할 겸 찾은 곳은 부산 서면의 한 거리였다.

익숙한 번화가의 풍경 속에 낯선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IT전당포’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간판을 응시하면서 잠시 더 생각해보니 아주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전당포는 금융 산업이 발달한 지금 시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곳이니 그리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기존의 전당포와 달랐다. 오로지 스마트폰, 노트북, TV, 카메라 등 IT제품만을 매입 또는 판매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호기심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둘러본 뒤 주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자 “이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경기상황이 좋지 못해 돈이 되는 IT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고, 새로운 IT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매입하기도 한다”고 가게 주인은 귀띔했다.

IT전당포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이 선보이는 가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아이디어가 신선하기도 하고, 한번쯤 이용해 보고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늘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IT전당포만 보더라도 싫증난 IT제품을 쉽게 처분할 수 있고, 누군가는 새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한편,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제품을 단지 싫증나거나 새것을 구입한다는 이유로 쉽게 처분한다는 점에서 아주 ‘검소한 소비생활’이라 할 수도 없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사고 팔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모 신문의 사회면 기사를 보면 정자와 난자, 친구와 애인까지 임대하고 사고파는 아웃소싱이 일어나고 있다. 그저 시대의 변화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인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는다.

문득 어머니 품속에 있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비록 시골 농촌이었고 그리 풍족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소중했던 것이 더 많았던 그때 그 시절이 눈에 잠시 아른 거린다.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던 모습, 내 자녀는 아니지만 내 자식처럼 걱정했던 모습, 이웃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눴던 그때 그 시절이 왜 이리도 그리운 걸까.

미래에 대한 책 중에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있다. 미래는 미래인데 그 미래가 오래됐다는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래는 공상영화에 나오는 첨단 문명의 미래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과거에 있다.”

검소하게 더불어 살았던 옛날의 모습에서 미래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는 얘기 같았다.

“야! 그만 가자!”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고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뭐 먹으러 갈까?” 내가 물었고 친구의 대답이 돌아왔다.

“뭐 새로운 것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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